모여봐요 동물의 숲
모동숲 플레이 84일 차를 맞이한 지난 화요일(7월 25일)의 일이다. 오전에 짬이 나서 접속했더니, 해변에서 대길이 모락모락 머리에서 연기가 나도록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 걸 발견. ── 순간, 강렬하기 짝이 없는 어떠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바로 말을 걸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사 고민이었다!!
첫 번째 무뚝뚝 주민이었던 충성을 얼떨결에 떠나보내고 새로운 무뚝뚝 주민이 바로 이 대길이었다. 충성이 떠난 집터에 입주 예정자로 뜬 대길이란 이름을 보고 검색했을 때, 그 충격을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모동숲 모든 주민을 좋아하거나 대길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대길은 내 취향의 비주얼과는 정말 우주적 관념으로 차이가 났다.
그래서 난 계속 기다렸던 것 같다.
대길이 이사 갈 고민을 하는 날만을.(…)
얼마 전, 아이돌 주민 부케가 이사 온 걸 기념해서 쓴 글 말미에 살짝 언급했지만, 난 정말 대길이 이사 가주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딱히 대길에게 악감정은 없고 대길이 막 싫은 것도 아니다. 그냥…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의 차이로 인해서 발생한 나의 일방적인 감정일 뿐.
모여봐요 동물의 숲 : 아이돌 주민 고정 결심! 다랑어 가고 부케가 온 기록
하여튼,
망설임 없이 대길의 이사를 마음을 다해 축복해 주는 걸로 끝.
── 그렇게 대길은 다음날 이사를 준비해 모동숲 플레이 86일 차 되던 날에 우리 섬 라온제나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대길의 집터가 ‘판매 중’으로 뜬 걸 보고 ‘마일섬 노가다라는 걸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슬금슬금 샘솟았다. 그도 그럴 게, 정말 운이 좋아서 내 취향의 주민들이 모이고 아이돌 주민은 결국 운명이라 여겨질 정도의 기적이 발생해 부케가 살게 되었지만, 또 대길 같은 내 취향에서 벗어난 비주얼의 주민이 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든 거다.
무뚝뚝 주민 리스트를 보니까 내 취향이 아닌 주민이 상당히 많았기에.
그래서 당장 안내소로 달려가,
마일 여행권을 뽑았다.
일단, 다른 분들처럼 한 100번은 해볼 각오로 ── 우선 20장만.
우선, 최우선으로 꼽아야 할 무뚝뚝 주민은
■ 시베리아
■ 대장
■ 스파크
■ 밴덤
■ 브루스
── 이렇게 다섯이다.
원톱이자 최고 위시 주민은 시베리아로, 대장과 조금 최선과 차선을 놓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지만, 전체적인 면에서 시베리아 쪽에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 일단, 전체적으로 털빛부터가 내 취향이기도 하고.(…) 어쨌든, 100번 정도 마일섬 노가다를 돌다 시베리아보다 대장이 먼저 나오면 조금 고민을 하다 대장을 데려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파크가 3위 위시 주민인 이유는, 귀여운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라온제나도에 다람쥐 주민이 단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좀 많이 끌리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친절 주민 중 하나인 스피카가 정말, 대단히 탐이 나긴 한데, 우리 섬 친절 주민인 소면도 꽤 마음에 들어서……
밴덤도 귀여워 보여서 위시 주민 리스트에 들어가긴 했는데, 하위권인 4위인 까닭은 이미 고양이 주민 중 최강 귀요미로 여겨지는 부케가 우리 섬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기도 해서 그렇고, 사슴 주민 브루스는 정말 내 취향의 비주얼을 하고 있음에도 최하위권인 5위에 자리 잡은 까닭은, 라온제나도엔 이미 톰슨과 피터라는 사슴 주민이 둘이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목적은 위시 리스트 탑 3만을 눈여겨보는 식으로 마일섬 노가다에 도전!!
일단, 결과를 말하자면 ── 난 역시 노가다랑은 안 맞나 보다.
애초에 끈기가 없어서 7번만 해도 이렇게 지겨운데 이걸 어떻게 100번이나 하나 싶어서 눈앞이 깜깜해졌다. 7번 마일섬을 돌면서 만난 주민은 ── 돈후앙(느끼), 곱슬이(친절), 늑태(무뚝뚝), 아리아(성숙), 에끌레르(친절), 기가(느끼), 레이라(단순활발) ──로 내 취향에 맞는 주민은… 없었다…
사실, 늑대 주민에다 무뚝뚝 성격인 늑태를 만나고 그냥 여기서 타협할까… 아주 잠깐 고민해 봤다. 그런데, 이때는 고작 마일섬 노가다 세 번째 도전인 데다 같은 늑대라도 늑태는 내 취향이 아니었던 터라 겨우겨우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다시 마일섬을 돌았더랬다.
── 그런데 결국 끈기 부족으로 열 번도 채우지 못하고 마일섬 노가다 종료.
이쯤 되니 그냥 아무나 와라 시발 상태가 되어버렸다.(…)
기적같이 부케가 와주었던 것처럼 운명적으로 내 취향의 주민이 와주기만을 바라며 안일하게 맞이한 다음 날.
모동숲 플레이 87일 차의 이른 아침.
거래 완료가 되었겠거니 하고 가본 집터는 아직도 ‘판매 중’이었다…!
그리고 어떠한 두근거림이 온몸을 지배했다. 아직 거래 완료가 뜨기 전에 전날 뽑아둔 마일 여행권만 전부 써서 다시 한번 마일섬 노가다에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이, 갑자기 무럭무럭 솟아나 전신을 지배했다. ── 이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달려가 마일섬을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차례차례 멜버른(친절), 민트(성숙), 용남이(먹보), 팬타(먹보)를 만난 후, 다섯 번째 마일섬을 들렀을 때.
……!!
기적처럼 최우선 위시 주민이었던 시베리아와 조우했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손이 마구 떨려왔지만, 허리를 꼿꼿이 세워 자세를 바로 하고 닌텐도 스위치를 양손으로 꼭 쥔 채 시베리아와 감동의 첫인사를 나눴다. ── 이렇게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눴다면, 다시 한번 대화를 시도해 줘야 우리 섬으로 데려올 수 있다는 걸 기억해 낸 난, 다시 쫓아가 시베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와!!
당장!!!
당장 우리 섬, 라온제나도로 와!!!
만세─!!!
시베리아가 우리 섬에 온다!!
시베리아가 우리 섬 무뚝뚝 주민이 된다!!
와아 만세에에에에에에!!!!
너무 설레고 또 불안해서 확인차, 다시 쫓아가 말을 걸어 보니,
이사 오는 걸 확신하게 해주는 감동의 시베리아…
그렇게 마음 놓고 두근두근 기분 좋게 뜀박질하는 가슴을 부여잡고 우리 섬으로 돌아온 예란트는, 바로 주민들 주거 구역으로 달려가 빈 집터를 확인해 본다.
바로 ‘거래 완료’ 스티커가 붙었고, 이사 올 주민은 시베리아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 넘나 행복한 것……!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음 날인 오늘!!
모동숲 플레이 88일 차를 맞이하는 날,
시베리아가 드디어 우리 섬 라온제나도로 이사 왔다!
바로 주민들 주거 구역으로 고고!!
하… 감동… 어떻게 집 비주얼조차도 내 취향이니……
마일섬에서 봤던 걸 기억해 주며 반갑다고 인사하는 시베리아…
넘나 멋지고 사랑스럽다…… 하…
이제 더는 우리 섬에서 아픈 손가락(?) 주민은 없는 거야…
하나같이 다 예쁘고 멋있고 귀엽고 다 해 그냥…!
일단, 오늘은 이삿짐을 푸느라 정신이 없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섬 활동을 시작할 시베리아를 위해 컬러풀 낚싯대와 컬러풀 잠자리채를 선물로 준비해 두었다. 그리고 웹에서 시베리아 비주얼만 보고 입혀보고 싶었던 옷도 하나 곱게 선물로 포장해 두었고.
얼른 친해져서 선물 줄 수 있게 되면 하나씩 차근차근 다 줘야지!
참고로 시베리아에게 선물할 예정인 컬러풀 낚싯대와 컬러풀 잠자리채는 이미 라온제나도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선물한 상태다. 심지어 그 취향이 아닌 대길도 소외되지 않게 주었던…(…) 주민들이 선물 받은 잠자리채나 낚싯대 들고 다니는 거 보면 굉장히 뿌듯하기도 하고 뭔가 좋더라! 다음 달엔 물고기 낚싯대랑 별모양 잠자리채를 선물로 돌려볼까 고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