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죽을 잘 안 먹는 편이긴 하다. 그마저도 먹을 땐 집에서 직접 해 먹는 편이기는 한데…… 사실, 지난 2월에 내가 진짜 죽을 정도로 많이 아팠었다. 열이 거의 40℃가량 치솟았었으니까. ── 덕분에 몸이 굉장히 축난 상태에서 꽤 오랫동안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특히 고열의 여파로 입술이 다 터져나가고 입몸과 혓바닥 등이 다 헌 데다 잇몸까지 약해져서 무언가를 제대로 씹을 수조차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터라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게 죽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열이 치솟고 아픈데 내가 직접 요리를 할 수는 없잖은가.
그래서 H가 〔본죽〕에서 죽을 사다 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나마 내가 사 먹는다면 고르는 메뉴인 ‘삼계죽’을 사다 줬다. 그러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배달시키려고 배달앱을 훑어보니 이왕이면 다양한 죽을 먹어보자 싶어서 이런저런 죽을 시도해봤는데 그러다 내 취향을 확 저격한 게 바로 ── ‘홍게품은죽’이었다.
게맛살 따위를 넣고 쑨 죽이 아니다. 진짜 홍게의 살을 발라내서 죽을 쑨 티가 팍팍 나는 정말 맛있는 죽이었다. 비린 맛도 전혀 안 나고 고소하면서 게살 특유의 향도 은은하게 잘 살아있고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던 터라, ‘굳이 죽을 왜 돈 주고 사 먹어?’라고 생각해왔던 내가 어느새 주기적으로 ‘홍게품은죽’을 주문해 먹고 있더라.
그러고 보니, ‘불낙죽’도 상당히 맛있어 보였는데 아플 때는 못 씹을 거 같아서 주문을 피했고 지금은 그냥 ‘홍게품은죽’에 홀딱 빠져서 다른 죽은 쳐다도 안 보는 수준이 되어서 깜빡 잊고 있었다. 다음에는 ‘불낙죽’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그나저나 〔본죽〕의 반찬으로 나오는 장조림이 상당히 맛있었다. 아팠을 때는 씹지를 못해서 아예 손도 안 댔는데 건강해진 지금 그때 먹지 못했던 게 상당히 아쉬울 정도로 맛이 괜찮다. 그래서 죽 한번 배달시킬 때마다 장조림 300g짜리 한두 팩 정도 곁들여서 배달시키고 있다. ‘본버터 쇠고기장조림’이라는 것도 있던데 이것도 맛있어 보여서 조만간 주문해볼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