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저께 몇 개의 글을 한 번에 우르르 쏟아내며 그토록 아이 타령을 해댔는데… 시스템이 보우하사(?)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드디어 우리 ‘예란트’와 ‘잭’ 부부에게 기적처럼 아기가 찾아왔다!! ── 애초에 동성혼 가능 설정 때문인지, 남녀든 남남이든 여여든 그 어떤 부부라도 똑같이, 아기를 직접 잉태해서 낳는 시스템은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 후 두 달 하고 약 열여섯 날이 되었을 겨울의 19일 아침이 밝았을 때,
‘코로퐁’이 드물게도 집안까지 찾아오는 이벤트가 뜨는 걸 보고 “왔다!!” 하고 소리를 질렀을 정도로 기뻤다. ── 이건, ‘아기 이벤트’이리라고 확실한 감이 팟! 하고 왔을 정도니까. 솔직히 이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난 흥분해있었다!
정령과 코로퐁들은 올리브 타운에서 오로지 주인공인 ‘예란트’에게만 보이기에 ‘잭’은 어리둥절…
‘특별한 장소’인 ‘코로퐁 마을’로 가기 위해 산책을 핑계로 자리를 비우는.
둥!!
아……
아아아……!!
아기다─────!!!
드디어 ‘예란트’와 ‘잭’과의 사랑의 결실인 아기가 태어났다!! ── 공략 사이트에서 취향에 맞는 악기의 외모가 뜰 때까지 세이브&로드 신공을 쓰라는 조언도 보긴 했었는데, 우리 아기는 그런 귀찮은 일을 아예 사전에 방어하며 완전 내 취향을 저격하는, 이상적인 유전자 대물림을 받아 태어났다…!
개인적으로 ‘잭’의 외모 중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보랏빛 ─퍼플─ 눈동자’에, 정말 애정해서 쓸데없이 모자 같은 것도 씌우지 않게 했던 ‘예란트’의 ‘스카이 블루 색 헤어’를 타고난 아기.
정말 내가 원했던, 딱 이상형의 외모를 갖고 태어난 아기는…
코로퐁의 말대로 ‘대자연이 보내 준 선물’이란 느낌이 낭낭하게 드는, 그야말로 기적 같은 아이였다!
잠깐 산책 다녀온다더니 느닷없이 아기를 끌어안고 나타난 인생의 동반자에게 놀란 것도 잠시. 잠시간 ‘예란트’의 이것저것이 생략되었으리라 예상되는 설명 타임이 지나가고,
‘잭’은 다행히도 쉽게 이해해주고 넘어간다.
아무래도 올리브 타운에는 먼 옛날부터 ‘정령’에 대한 믿음도 그렇고 이래저래 이런 면에 있어서는 관대하다고 해야 할까… 사고의 폭이 넓다고 해야 할까… 아니 뭐, 이런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세상이겠지.(…)
어쨌든, 아이를 기쁘게 받아들여 주는 ‘잭’.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짓는 순간이 다가왔는데… 생각해보니, 그동안 아이를 갖고 싶다고 그렇게 타령을 해댄 것과는 달리, 아이의 이름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진짜 나란 놈 너무 빡대가리 같은 게… 계속 아이 타령을 해댄 주제에 정작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 지어줄 이름을…… 왜… 대체,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거지???
심지어 키우는 펫과 가축마저 일일이 이름을 지어주는 게임을 하고 있으면서…!! OTL
그래서 한동안 뇌가 고장이 나서 좀 멍청하게 앉아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예전부터 ‘이 이름 참 예쁘네’ 하고 여기던 이름 하나가 퍼뜩, 떠올랐다.
‘요한’.
외국식으로 생각해도 자연스럽고, 한국식으로 생각해도 자연스러운 이름으로… 그 유명한 ‘사도 요한’을 떠올리는 이름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식으로는 빛날 요(曜)에 넓을 한(澖)을 써서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지어준다면 한 번쯤은 ‘요한’이라는 이름을 지어줘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런 이름이다.
하여튼,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잭’의 다정한 모습.
──이렇게, 겨울의 열아홉 번째 날. 며칠 내내 눈만 내리다 기적처럼 날씨도 맑아진 날에, 드디어 ‘예란트’와 ‘잭’ 부부에게 아이가 찾아오게 되었다.
상당히 오래 기다렸던 만큼 아이 ‘요한’의 탄생은 기쁨을 뛰어넘어 뭔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벤트가 종료된 후, 아이가 보이질 않아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부부 침대 바로 옆으로 아동용 침대가 생겼다.
아쉬운 점은… 이 상태의 아이에게 뭔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랄까? 안아준다거나 쓰다듬어준다거나 그런 커맨드가 없다. 그냥 ‘조사하기’를 누르면 ‘아동용 침대다’ 하는 문구만 뜨는… 그야말로 ‘내 감동 돌려내라 이 색히들아!!’ 하고 제작진 멱살잡이하고 싶어지는 그런?(…)
그 와중에,
우리 ‘요한’의 옹알이하는 모습은 ‘잭’만 봤다는 비극이…(…)
공략 사이트 여기저기를 찾아보니, 이게 또 아이와 관련된 이벤트가 엄청… 한정적이라고 해야 할지, 그냥 구색만 대~충 갖춰두었다고 해야 할지… 하…(…) 최근에 발매된 신작 〔목장이야기 Welcome! 원더풀 라이프〕는 그런 면에서 보면 완전 내 취향의 게임일 것 같은데… 디자인만 〔목장이야기 올리브 타운과 희망의 대지〕 같았으면 진짜 바랄 게 없었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