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만 연기한다
└ 다스윙 著
└ 현대판타지
└ KW북스 발행 유료 웹소설
└─ 200화까지 열람
자꾸 여자랑 엮으려는 전개가 처음엔 몹시 거슬렸으나, 주인공 콘셉트를 ‘알파메일’로 인식하니 오히려 재미있음
이 글에는 작품에 대한 미리니름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갑자기 떠오른 전쟁 영웅의 기억.
연기와 먼 인생, 악역 배우로 성공한다.
배우의 꿈을 접고 드라마 연출부 막내로 일하기 시작한 누나를 돕기 위해 차를 몰던 중, 혜성이 떨어지는 걸 보고 주인공 정서훈은 거대한 섬광과 동시에 정서훈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의 또 다른 자신 라시드로서 3년을 지내다 정신을 차리는데, 그사이에 흐른 시간은 고작 3분가량…
라시드로 보낸 기억이 너무나도 강렬했던 터라, 라시드의 자아가 강하게 남은 상태인 정서훈은 ‘본래의 정서훈’을 ‘연기’하며 지구에 적응하기 시작하는데… 누나 정수련 덕분에 드라마 PD 송정우와 본격적으로 엮이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정서훈은 처음부터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인다.
처음에는 그저 라시드의 기억을 토대로 그 경험을 ‘재현’하는 수준이었다면 차차 ‘연기’의 맛을 알아가며 일방적으로 라시드의 세계만을 갈구하던 정서훈의 저울 기울기가 라시드도 전쟁이 어서 끝나 본격적으로 ‘배우’를 갈구하면서 균형을 맞춰가는 전개가 참 좋았다.
초반 정서훈이 너무 라시드에 잡아먹혀 다른 세상만을 갈망하는 게 많이 안타까웠던 터라 더더욱.
작품소개란 한 줄 감상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인공 정서훈의 데뷔작부터 차기작, 차차기작으로 이어지는 와중 계속 주연 여배우들과 엮이고 스캔들 터지는 게 처음엔 정말 심히 거슬렸다. 그나마 정서훈이 두텁디두터운 철벽을 쳐서 참고 견뎠는데, 어느 순간… 정서훈의 팬들이 자꾸 스캔들이 나는 그들의 스타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 스캔들을 꾸려 기레기들을 본격적으로 엿먹여 대중들에게 어떠한 ‘인식’을 강제로 심어두는 에피소드를 보고 이마를 탁 쳤다.
팬들이 나서서 ‘한 명을 꼬시면 스캔들, 열 명을 꼬시면 옴므파탈, 백 명을 꼬시면 알파메일’이란 프레임을 짜서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작업을 지켜보며 이게 ‘배우 팬’과 ‘아이돌 팬’의 큰 차이임을 크게 실감했다. 덕분에, 아이돌물이든 배우물이든 주인공이 연애하거나 여자와 엮이는 걸 싫어했던 나도 저 프레임이 넘어가 ‘알파메일’ 콘셉트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말았는데.
사실, 작품 속 등장하는 주인공 정서훈은 진짜 매력적인 ‘알파메일’이 맞다. 작가님도 그런 식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주시는 것 같고.
외모, 피지컬, 뇌지컬 모든 것이 만렙인 주인공 정서훈.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찬란한 외모에 라시드와의 동기화(?)로 인해 탈인간에 가까워진 뛰어난 피지컬. 거기에 열다섯에 과고 진학해 열일곱에 국내 최고 대학인 한국대 공대에 수석 입학한 이력까지. 정말 장르소설이니 우와아 하고 보는 게 맞는 설정 과다이지만 그걸 전부 잘 녹여낸 게 참 대단하다 싶다.
그래도 배우 생활을 하며 대학원에 진학해 자신이 가진 ‘권능’으로 ‘상온 핵융합’을 성공시키며 내년 노벨 물리학상을 선점해두는 에피소드에서는 물론, 독자로서 대리만족이 정점을 찍었고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보자면 진짜 만족스러운 전개이긴 한데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게 또 할리우드와의 연결을 너무 쉽게 이어놓아 버리는 역할을 해서 작가님이 그냥 마구 일을 키우는 타입은 아니구나 했다.
나름대로 앞에 뿌려두었던 복선 같은 것도 그때그때 잘 회수하는 편이고, 먼치킨에 사이다 좋아하는 나로서는 주인공 우쭈쭈쭈 주인공 대단해 주인공 최고야 주인공 만만세! 하는 이런 스토리가 매우 만족스럽기 짝이 없다.
거슬리던 여배우와의 문제도 전부 극중극 드라마 ‘뷰티풀 캠퍼스’를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것을 주장하기라도 하는 듯이 그 후로 잠잠해져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따름이다.
현재 할리우드가 진출해서 찍고 있는 작품도(할리우드‘가’가 맞다. 정서훈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할리우드가 정서훈에게 진출한 것! 이거 중요!!) 정말 기대되는데, 얼른 작중 세월이 흘러서 주인공 정서훈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하고 그에 맞춰 할리우드 영화 개봉해서 대박 나는 거 보고 싶어 조급증이 일 정도다.
사실 여기저기 서핑하다 보면 작품 자체의 평가가 꽤 괜찮은 편이었는데, 그만큼 호불호도 많이 갈리고 무엇보다 ‘빌런만 연기한다’라는 제목이 내 발목을 아주 쎄게 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이제야 읽게 된 건데… 지금까지는 극중극도 그 속에서 연기하는 주인공 정서훈도 너무 만족스러운 편이라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