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만렙 아들
└ 오소록 著
└ 현대판타지
└ ㈜제이트리미디어 발행 유료 웹소설
└─ 103화까지 열람
주인공과 주인공 집안을 여러모로 띄워 주려고 독재자 그놈을 너무 미화한 듯해서 좀 불편한 거 말고는 꽤 괜춘함
이 글에는 작품에 대한 미리니름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넌 유사 이래 최고의 행운아로 살 것이다!]
회귀한 사채왕, 재벌3세가 되었다.
그 유명한 『재벌집 막내 아들』과 비슷한 제목에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지만, 뭔가 더 가볍고 더 쉽고 술술 넘어간다는 점에서 난 이쪽이 좀 더 취향인 듯하다. 솔직히 이젠 장르소설 취향이 점점 더 가볍고 쉽게 흘러가는 전개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아 좀 우려스럽기는 한데… 굳이 그것만을 딱 잡아 고집하는 건 아니니까 뭐. 사람 취향이라는 게 언제고 어떻게든 변할 수 있기도 하고.
주인공 차정혁은 조실부모하여 사고무친하고 몸도 성치 못한데다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선(線)을 넘지 않고 되도록 선(善)을 행하려 노력해온 결과,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생명을 살려가며 고귀한 희생을 한 대가로 천국행이 기정사실화 된 상태.
하지만, 여기서 회·빙·환의 클리셰 중 하나인 ‘저승사자의 실수’가 곁들여지며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인 덕에 천벌을 받아 현생이 그지 발싸개 같은 줄 알았던 주인공이 실은 오히려 나라를 위해 싸운 구국의 영웅이었다는 게 밝혀지는데, 덕분에 염라대왕의 추가보상이 자연스레 따라붙으며 작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품소개에서 등장한 ‘유사 이래 최고의 행운아로 살 것’이란 보상.
대운(大運)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인생에 오복(五福)을 얻은 데다 특별한 눈을 받은 채, 살면서 미련으로 남았던 ‘천륜’을 원한 주인공 차정혁은 기억을 고스란히 지닌 채로 어린 시절─일곱 살의 나이로 회귀한다.
여기서 회귀인데 왜 제목이 ‘재벌집’이냐면 사실 태어나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부친이 바로 재벌 2세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회귀하자마자 전생에 허무하게 잃어야 했던 어머니를 살리고 보상 외에 추가로 주어진 ‘능력’을 바탕으로 해서 죽었어야 할 이웃이자 중앙정보부 요원인 박철구와 인연을 맺어 이런저런 일을 도모하고 염라대왕의 보상 중 덤으로 딸려온 저승차사를 부려 빠른 속도로 친가이자 재벌가인 태성가에 입성한다.
지나치게 어린 나이임에도 전생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뒤에서 태성그룹의 ‘후원자’이자 ‘은인’ 포지션으로 이런저런 일을 벌여가며 재치있게 잇속을 챙기고 집안을 챙기는 주인공의 모습이 참 시원스러워서 보기 좋았다.
전개 자체도 딱히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는 일 없이 수월하게 술술 잘 풀려서 더 좋았고.
애초에 주인공이 가진 능력 중 덤이었던 ‘저승차사’의 존재가 가장 먼치킨인 듯…
먼치킨 좋아! 사이다패스 좋아! 하는 내 취향에도 딱 맞는, 모든 것이 주인공 위주로 술술 풀려나가는 스타일의 재벌물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작품소개란에 쓴 한 줄 감상문구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독재자 다카키 마사오의 존재다. 작중 시대 배경이 제3공화국 시절인 탓에 대통령이 그 다카키 마사오가 맞다. 탄핵겅듀의 애비.
개인적으로 한국사를 통틀어 가장 극혐하는 인물 중 하나이기에 한국식 이름으로 불러주기도 싫다.
아무리 꽤 수가 많은 일부 개·돼지들의 숭배 대상이라 할지라도, 독재 기간 동안 치적(…웩)이 있네 없네 개소리를 늘어놓더라도 그놈 근본은 어쨌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독재자이고,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지 욕심대로만 나라를 갖고 난장 부려놓은 것도 사실이고, 끝에 가선 계집질하다 믿었던 최측근에게 총 맞아 뒈지며 쌓아온 업보를 일부나마 청산하고 간 희대의 암적 존재에 불과하다 생각하는데.
작중 시대상으로 대통령 각하 아이고 아이고 하며 넙죽 엎드리는 스탠스가 기본인 때라고 하더라도, 태성가를 돋보이게 할 장치로써 언급되는 대통령의 묘사와 서술 하나하나가 너무 미화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니까.
그래서 작중에서도 얼른 시간이 흘러 탕탕절이 도래하기만을 바랄 뿐이지만, 작중에서는 주인공 차정혁이 회귀하고 아직 1년은커녕 반년도 채 안 지난 상태라서…(…) 게다가 다카키 마사오 가고 전대갈이 온다 으으;;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 이래저래 벌여놓은 일도 많고 이뤄놓은 일도 많고 사건도 이래저래 다양하고 활발하게 벌어졌는데 딱히 시간은 그리 많이 흐르질 않은 게 놀라울 따름이네.
하여간에, 작중 배경이 되는 시대가 좀 취향에 안 맞기는 한데 킬링타임용으로는 손색이 없는, 괜찮은 작품이라 여겨져서 일일연재를 막 쫓아가며 읽는 정도는 아니고, 약 100화 정도의 단위로 모았다가 한 번에 호로록 읽고 그런 식으로 연재를 따라가는 것도 좋겠다 싶다.
재벌물에 흥미는 있지만, 너무 진지하거나 어렵지 않은 소설을 원하는 재벌물 초심자에게 맞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솔직히 다음 에피소드가 너무 궁금해 죽겠기는 하다. 하필이면 내가 딱 끊은 에피소드가 주인공이 할아버지에게 커밍아웃을 하며 본격적으로 태성그룹에 전면적으로 나서나 마나 그 기로에 선 채로 끝나서. 당장 궁금해서 죽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당분간 묵힐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