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연기 계속 합니다
└ 고각 著
└ 현대판타지
└ 매드햇 발행 유료 웹소설
└─ 122화까지 열람 (후기 포함 총 122화 완결)
스토리 전개가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이런저런 거슬리는 게 한둘이 아니었지만 주인공 때문에 겨우 완주
이 글에는 작품에 대한 미리니름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개나리 같은 배우시네요.]
[아직 추운 겨울입니다.]
[계속 연기하다 보면 봄에 누구보다 노랗게 빛날 겁니다.]
단역 엑스트라를 전전하다 회귀한, 배우 김연길.
드디어 봄이 오다.
연기에 푹 빠져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악연으로 인해 카메라 및 무대 울렁증이 생겨 약 30여 년의 세월을 빛 보지 못한 불운한 천재배우 주인공 김연길. 생의 마지막 순간, 울렁증을 극적으로 극복해내고 눈을 감았지만 바로 스물두 살로 회귀하고 만다.
회귀 직전 트라우마와 울렁증을 극복하였기에 앞으로 주인공 김연길에게는 꽃길이 깔린 거나 마찬가지인 셈.
하지만… 회귀 직후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행동이 좀 과하고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없잖아 있다. 대학로 한복판에서 소리를 외쳐대는 건 좀 귀여웠지만, 몸담았던 극단 오디션에서 꼭 그런 방식으로 작별을 고해야만 했나 좀 불편했다.
그리고 소속사와 계약하러 갔을 때 이 작품 최고의 악연이자 빌런인 하일삼과의 첫 만남에서도 아무리 회귀 전의 악연이 생생하다지만, 아직 연이 막 닿은 시점에서 그렇게 대놓고 쓸데없이 작위적으로 악연을 만들어냈어야 했나 싶은 것도 많이 불편했다.
그래도 주인공 김연길의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런저런 불만을 눌러놓을 수 있었다.
김연길은 자존감이 높고 본업─연기─에 충실하다 못해 미쳐있고 회귀 전의 경험으로 인해 은근히 못 하는 것 없이 만능인 점도 매력적이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셀프로 칭찬하며 자기 머리를 스스로 쓰담쓰담하는 특유의 버릇도 너무 귀엽고 좋았다.
다만, 주인공 김연길이 드라마 첫 주연을 맡은 사극 파트부터 작품이 전체적으로 질적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님이 평소에 사극을 안 보시거나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별로였던 모양인지… 이전까지 꽤 괜찮은 극중극을 써온 것과 달리 갑자기 이 파트를 시작으로 현실에서 방영했던 작품이 강하게 연상되는 극중극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사극 극중극의 대체적인 스토리 전개는 꽤 달리하는 노력을 꾀하기는 했지만, 극초반의 서술이나 대사 등이 완전히 작년에 KBS에서 방영한 『붉은 단심』을 빼다 박은 듯한 것에서 그간의 호감도 살짝 와장창하면서 확 실망감이 들더라.
게다가, 바로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작가님이 사극이나 우리나라 역사에 별로 관심이 없으셨던 건지, 관련 용어 사용에 있어서 거슬리는 것이 정말 많이 등장했다. 일단, 극초반 조정 중신들이 왕에게 세자의 폐위를 주청하는 장면에서 “세자를 폐하고 ‘국호’를 다시 세우라”는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를 적어놓았다.
‘국호’는 말 그대로 나라의 이름을 말한다. 여기서는 ‘국본’이 차라리 맞는 단어겠지만, ‘국본’을 오타 냈다고 하기에는 키보드 위치상으로도 맞지 않고 이후 수정조차 안 되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이 대사가 몇 번이고 언급되지만, 계속 국호를 외쳐대서 사극빠는 짜증 지수 제대로 치솟았다.
아니… 편집자 뭐 하니?? 작가가 헛발질하면 그걸 바로잡아야 하는 게 편집자의 할 일이 아닌가 진짜… 요즘 장르소설 매니지먼트 편집부 직원들은 진짜 편집자다운 일을 전혀 안 하는 거 같아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그 외에도 소소하게나마 ‘비빈(妃嬪)’ 구분도 못 하는 것도 거슬렸고…
또 제작발표회에서 극적인 연출(?)을 위해 등장하는 ‘곤룡포’의 출처가 드라마 ‘김춘추’ 소품이라는 점에서 경악했다. ……와 시발… 신라에 ‘곤룡포’라고???
이후로도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라던가 여러모로 거슬리는 게 불쑥불쑥 튀어나와 이거 하차각을 봐야 하나 싶었지만… 내 취향의 매력적인 주인공을 이대로 포기하는 것도 좀 아깝고 남은 화수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라 그냥 흐린 눈으로 빠르게 읽어 나아갔다.
이 작품에 평가한 내 별점이 고작 두 개인 이유는 오로지 주인공 김연길의 매력에 인한 것이다. 그 외의 요소는 여러모로 감점 요소가 많았던 터라, 오로지 김연길에 대한 내 애정 하나만으로 별점을 두 개나 준 것.
주인공마저 별로였다면 두 개는커녕 아예 중도하차각이었겠지… 진짜 주인공 캐릭터 하나 잘 조형한 덕에 나 같은 호구 독자 하나 어영부영 끝까지 끌려갔으니… 이만하면 작가님이 대충 성공적인 작품을 써낸 건 아닌가 싶다.(…)
사실 별점도 세 개 반 정도는 주려 했으나, 에필로그에서 별점을 확 까버렸다. 나는 주인공이 일단 회·빙·환 중 하나의 설정을 가졌다면 그로 인한 베네핏은 확실해야 한다고 보는 주의다. 이를테면, 회귀자인만큼 미래에 대한 일에 있어서 ‘실패’는 있어선 안 된다는 식이랄까… 그런데 시발 에필로그에서 작가님이 내게 똥을 줬다. 주인공이 3년간이나 배우로서 ‘암흑기’를 겪었다는 부분에서 그간 남아있던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와장창 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기사 워딩도 ‘한물간 흥행수표’라느니 ‘흥행부도수표’라느니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암흑기를 겪었다는 게 내 안에서 용납할 수 없는 요소였다. 이래저래 거슬리는 점이 많더라도 제법 괜찮게 읽었다! 하고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작품이 에필로그 하나로 폭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