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국밥 많이 먹는 것 같다. ……특히 순대국밥을 엄청 자주 먹는데, 내가 워낙 순대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가끔 고기 듬뿍 들어간 돼지국밥도 먹고 설렁탕이나 갈비탕도 먹어준다. 그래도 순대국밥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 어쩔 수 없을 듯.
세팅이 뭔가 익숙하다…
그렇다. 자주 들리는 순대국밥집이다. 이 정도면 이제는 제법 단골이라고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 자주 드나든 것 같은데… 이번에 난 단골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막 자리에 앉아 주문하려 할 때였다.
어떤 아저씨 손님 한 분이 희한하게 국밥을 주문하시는 거다. ── ‘국밥 하나 주시는데, 부속 고기들은 전부 빼고 순대만 넣어서 주세요. 순대는 찰순대로만.’ ── ??? 참 희한하게도 드시네… 하고 그냥 가볍게 넘기려던 찰나,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순대는 찰순대로만’…!!
그렇다.
이 순대국밥집의 유일한 단점은, 국밥 속에 들어간 순대가 내가 좋아하는 찰순대가 아닌 병천순대였다는 것. 지금이야 그냥 순대라면 웬만해선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지만, 어렸을 때는 무조건 당면으로 꽉 찬 ‘찰순대’만 순대 취급을 했다.
지금도 압도적인 비율로 ‘찰순대’를 굉장히 선호하는 편이고.
그랬는데, 웬 고수 아재(…)가 내 눈을 개안하게 해주셨으니!!!
그래! 그러고 보니, 여기 순대 ‘전문’이었어!!
메뉴에도 분명히 ‘모둠 순대’가 있었고!!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얼른 용기를 내어 커스텀 오더(…)를 시도해보았다.
“혹시 국밥에 들어가는 순대를 ‘찰순대’로만 넣어주실 수 있을까요?”
“당면순대 말하는 거죠?”
“네네!!”
“여기 국밥 하나, 순대는 찰순대로만!”
우오오오오오오오오!!!!
대! 성! 공!
이렇게 간단하게 내 취향의 순대국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약 3년간 드나들면서 이제야 알게 되다니… 하… 진짜 내가 생각해도 넘나 빡대가리의 소유자인 것.(…) 아니 핑계를 대자면, 넘나 소심한 내가 혼밥하는 것도 대단히 용하다 싶다는 걸 어필하고 싶다!!
드디어 기다리던 국밥 등장!
보라…! 뜨거운 국물 속에서 쥐어터져 나가는 비주얼의 ‘찰순대’를…!
감격에 젖어 감상하기도 잠시, 얼른 앞접시에 덜어 식혀주는 사이 소금 아주 조금과 다대기 듬뿍, 부추무침 한 접시를 와르르 다 쏟아붓고 쉐킷쉐킷해서 다대기를 다 풀어준 후 급하게 밥도 투하.
내가 그리도 좋아하던 ‘찰순대’만 들어있어서 그런지, 평소 먹던 순대국밥이랑 다를 게 없을 것이 분명한데도 뭔가 더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순대도 ‘찰순대’만 넣어줘서 그런지 평소보다 하나 더 들어가 있어서 뭔가 개이득인 부분?
어쨌든, 앞으로 내 국밥엔 무조건 ‘찰순대’만 자리하게 될 것이여…
지난번에 상차림에 같이 곁들여 나온 ‘고추’를 조금 털어 넣어보았다. 초특급 맵찔이인 주제에 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느닷없이 솟아오른 건지 지금 곰곰이 생각해도 참 알 수 없지만… 진짜 무언가에 홀린 듯 고추가 담긴 종지를 가져다 툭툭 털어대고 있는 내가 있었다. 하필 종지도 작아서 이 정도 넣으면 나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모두가 예상했다시피 내 혓바닥은 조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