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만에 차례 지내러 본가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추석 연휴 내내 집안에만 콕 틀어박혀 있었더니, 집돌이답지 않게 갑자기 콧바람 좀 쐬어주고 싶어졌다. 마침 오늘 날씨도 참 쨍하니 좋아서 더 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었던…
그래서 비교적 가벼운 기분으로 집 앞으로 나와 다짜고짜 택시부터 잡아탔다.
그렇게 택시도 타고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모처럼 인파에 제대로 치인 하루가 되어버렸다.(…) 아니 시발, 연휴인데… 아니 연휴라서인가…? 거리에도 교통수단에도 사람들이 존나게 많아서 꽤 당황했더랬다. 그래서 버스나 지하철은 내 정신 건강상 좋지 않겠다 싶어 그냥 택시로 교통수단은 통일하기로 결정.
그러다 흘러 흘러, 어쩌다 보니 늦은 점심을 먹고 문득 정신을 차리자.
난 평소 출근하는 직장 근처 거리를 배회하고 있더라…(…)
미친 시발………
대체 나란 놈 뭐 하자는 새끼인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연휴에 콧바람 쏘인다며 나와서 흘러 흘러 도착한 게 하필 직장 근처라고???
병신인가 진짜???
아찔한 정신이 갑자기 모든 의욕이 사라진 나는, 습관처럼 평소에 자주 들리는 카페로 들어왔다.(…)
아니 시발 일단 쉬려면 이왕이면 익숙하고 멤버십 적립도 하고 그러면 일석이조 뭐 그런 거잖아…! OTL
하여튼,
정신을 차리려면 아무래도 카페인이 필요할 것 같아, 평소와 달리 카페인 함유 음료로 주문.
자연스럽게 챙겨나온 손 선풍기와 닌텐도 스위치 세트(?)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았다.
바깥에서 닌텐도 스위치로 가볍게 할만한 건 역시 모동숲 말고는 없다 싶은 게… 사실, 요즘 모동숲 말고 닌텐도 스위치로 하는 게임이 없긴 하지.(…) 조만간 목장이야기 Welcome! 원더풀 라이프를 질러서 시도해볼까말까 계속 고민 중이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이번 달 닌텐도 스위치 조이콘 조이스틱 커버 캡(썸 그립 캡) 디자인은, 오랜만에 ‘도넛츠냥’.
이 디자인의 캡은 사실, 닌텐도 스위치 구매 후 가장 처음에 산 액세서리였는데 어쩌다 보니 다른 디자인의 캡에 밀리고 밀려 거의 다섯 달 만에 다시 끼워보는 캡이라 할 수 있겠다. 뭐,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뭔가 예전보다 더 귀엽게 느껴지는 느낌적인 느낌?
오랜만에 외출한 김에 쇼핑도 좀 하고 이래저래 혼자서 잘 놀긴 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봐도 직장 근처까지 가서 그 거리를 배회했다는 사실이 내겐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하루였다. 아니… 내 지독한 혐생의 근원인 곳이 뭐가 좋다고 쉬는 날을 할애해서 거길 찾아가냐고 진짜… 언젠가 내 무의식과 조우한다면 진짜 뒤지게 패고 싶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