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지도가 없으면 시작할 수 없어 「地図が無くては始まらない」
감독 : 마츠다 키요시 (松田清)
구성 : 요코테 미치코 (横手美智子)
연출 : 시노하라 파라코 (篠原ぱらこ)
각본 : 요코테 미치코 (横手美智子)
개인적으로, 이번 4화는 이래저래 정말 불만스러웠다.
일단, 이번 회차에서 주인공 무코다가 단 한 번도 직접 요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고… 물론 밥은 직접 지었지만 다른 요리 전부 【인터넷 쇼핑】 배달로 해결해서 좀 아쉬웠다. 원작 라노벨도 그런 지는 모르겠다만 직접 요리하는 장면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모든 요리를 【인터넷 쇼핑】 스킬로 해결하면서도 쌀밥은 꼬박꼬박 질냄비에 짓는 연출이, 유독 ‘쌀’에 환장하는 일본인 특유의 감각이랄까… 고집이랄까… 그런 게 느껴져서 좀 웃겼다. 뭐, 우리나라도 주식이 주식이니만큼 비슷한 분위기이기는 한데, 일본 쪽은 특히 유난스럽다는 느낌?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계속 생각한 건데, 번역 담당하시는 분이 판타지 쪽 관련 정보가 부족하신 건지 아니면 일본어에만 특화되신 분인지… 계속 ‘레드 보어’의 ‘보어(boar)’를 일본식 발음 그대로 ‘보아’라고 번역해놓으신다. 이게 쭉 지속되다 보니 은근 거슬려서…(…)
주인공 무코다는 여전히 어수룩하고 그냥 평범한 아저씨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 와중에 조금은 성장하고 있는 점도 있는데…
불마법·파이어 볼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무코다에게 마법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이가 전설급 마수 펜리르인 페르이다 보니, 기준이 제대로 안 잡혀서 주인공의 마법적 재능이 뛰어난 건지 아닌 건지 감이 안 잡힌다. 이미 사놓은 원작 라노벨을 얼른 읽던가 해야지 원…
그런데…
4화 마지막 부분에서 느닷없이 원작 라노벨 환불 욕구가 치솟게 되는 일이 생길 줄은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을 거다.
아니 시발 진짜…
주인공이 아직 평범하고 소시민적이고 어딘가 어수룩한 점이 있다는 거… 이해한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그게 무코다만의 매력 포인트로 여겨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으니까.
지도로 사기를 당한 것도 뭐, 최대한 양보해서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주점 안에 있던 모두에게 조롱을 받았으면서 ‘복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앙갚음’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모두가 입을 모아서 ‘속는 쪽이 잘못’이라고 주인공을 탓하는 곳에서 1차 벙찜. 주인공이 그 말에 ‘인정’하고 얌전히 찌그러지는 거에서 2차 벙찜.
마무리로,
소시민인 주제에 모든 걸 다 이해한다는 식의 해탈한 척하는 대사와 연출로 에피소드를 마무리한 것에서 벙찜을 너머… 내 안의 무언가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그런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그래.
내가 유독 K-장르소설에 뇌가 절여진 놈이라는 거 인정한다.
아니, 막 시원한 사이다 같은 거 바라지도 않아.
그래도 그렇지.
이런 ‘당한 놈이 바보’라는 마인드는 너무 좆 같아서 진짜 오만 정이 다 떨어질 지경이다. 아니 진짜, 저 마인드 너무 쓰레기 같지 않나??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야??? 일본인들은 저런 마인드를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인식이 그래? 하 씨…
이세계인들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그렇다는 설정이라면 뭐, 작품적으로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인 출신인 주인공이 왜 거기에 납득하고 순순히 뒤로 물러서는 거냐고!!
즐겁게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 진짜 기분 잡쳤다. 퉤!
일단, 애초부터 애니메이션은 지극히 음식 비주얼과 주인공 성우 ‘우치다 유우마’ 때문에 보기 시작한 거라 당장 하차하지는 않겠지만… 주인공이나 사람들 마인드가 계속 이딴 식으로 전개되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모처럼 즐겁게 매주 챙겨보는 애니메이션이 생겨서 좋았는데 갑자기 똥물 튄 기분이라 역겹기까지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