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의 일이었다.
주말이라 밤을 새우며 놀고 있다 보니, 갑자기 순대가 너무나도 먹고 싶어졌다. 평소에 워낙 순대를 좋아해서 찰순대를 사다 냉장고에 어느 정도 쟁여두는 편인데, 안타깝게도 마침 순대가 똑! 떨어져서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한 지 얼마 안 된 상태.
그래서 배달앱을 켰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분식 카테고리의 가게는 선택사항이 별로 없더라.
게다가 그 새벽에 순대로 검색하니 온갖 국밥과 내장 볶음류만 오지게 나와서 원…(…)
나는 잘 쪄진 분식 순대가 먹고 싶었던 거라, 스크롤을 내리다 『걸작떡볶이치킨』이란 이름 아래에 슬쩍 적힌 세부 정보(?)에 문득 눈길이 갔다. ‘껍질 없는 순대’라는 건 대체 뭐지? 그 맛있는 껍질을 왜 없애?? 그런 생각에 호기심을 갖고 눌러봤다가, 메뉴 좀 훑어보고 서칭이 귀찮아져서 그냥 여기에서 주문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최소 주문 금액이 18,000원이라서 순대(4,000원)만 5개 주문할까 싶었는데…(…) 메뉴에 또 가래떡 떡볶이가 있길래 그냥 가볍게 순대 2개와 가래떡 떡볶이 하나 주문하는 걸로.
그렇게 얼마 후,
가래떡 떡볶이와 껍질 없는 순대가 도착했다.
두 개 시킨 순대 중 하나는 열심히 드라마 보고 있는 H에게 건네주고, ‘이 시간에 탄수화물?!’ 하고 머리 터지도록 고민하다 결국엔 포기한 H의 배려(?) 덕에 온전히 내 것이 된 가래떡 떡볶이와 함께 쟁반에 들고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
원래 가볍게 먹는 야식은 그냥 이불 위에 쟁반째로 올려놓고 먹는 게 최고지 않겠나. 히히! ꉂꉂ(ᵔᗜᵔ*)
껍질 없는 순대.
정말로 순대 껍질이 없다. 대체 어떻게 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지만, 신기하게도 껍질 없이 탱글탱글함을 유지한 찰순대는 정말 맛있어 보였다. ……근데, 순대 양이 너무 적은 것 같은 느낌인 건 나만 그런 건가?? 하나에 4,000원인데 꼴랑 이거 준다고??? 와…
맛은 평범한 찰순대 맛이고, 뭐랄까 평소 접한 순대보다 단맛이 미묘하게 더 나는 느낌?
그래도 양이 너무 창렬해서 원…
가래떡 떡볶이.
사실, 굳이 가래떡 떡볶이를 직접 해 먹지 않고 사 먹으라면 난 무조건 『우리할매떡볶이』의 가래떡 떡볶이를 최우선으로 고르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택지도 없었고, 내가 직접 해 먹겠다는 생각은 당시에 정말 생각도 못 했다. 냉동고에 가래떡이 잔뜩 있는데…… OTL
그래도 모처럼 남이 한 떡볶이를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떡볶이까지 시킨 김에 떡볶이 소스는 순대 찍어 먹는 소스로 전락…
아, 순대 양이 이렇게까지 창렬할 줄 알았다면 그냥 처음 생각했던 대로 5개는 시킬 걸 그랬나 보다. 히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