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생일이었는데, 평일이라 생일 당일은 H와 함께 조용히 지냈었다. 저녁으로 피자를 시켜 먹고 퇴근길에 픽업해 온 케이크를 디저트로 먹었고, 케이크에 관련된 포스팅은 바로 전에 했으니, 이젠 저녁으로 먹은 피자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뚜레쥬르 : 생일 케이크로 먹은 굉장히 무난하고 맛있는, 쇼콜라 갸또
생일 저녁에 왜 하필 하고 많은 음식 중 피자인가 하면, H가 뭐 먹고 싶냐고 물었을 때 그냥 무지성으로 나온 대답이 피자였기 때문이다. 정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즉답으로 ‘피자!’를 외친 나였기에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진짜 어지간히도 피자가 먹고 싶었나 했다.
생각해 보면, 피자… 나름 자주 먹는 편인데도.
그래서 생일 저녁이니 조금 특별(?)하게, H와 각각 한 판씩!
쩨쩨하게(?) 레귤러 사이즈가 아닌 둘 모두 라지 사이즈로!! (…)
브랜드는 오랜만에 『빽보이피자』를.
한 사람당 한 판씩이지만, 그래도 메뉴가 겹치지는 않게 해서 반씩 나눠 먹자는 합의를 본 결과로, 각각 다른 피자다. 그리고 소소하게 도우 가장자리 엣지를 고구마골드링으로 이견 없이 통일해 줬다. 음료는 집에 탄산음료가 잔뜩 있기에 따로 추가로 주문하지 않았다.
일단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H가 선택한 열탄불고기 피자.
내 입에는 엄청 짜고 자극적이었는데, 이게 또 무척이나 중독적인 그런 맛이 있었다. 같은 백종원 님의 브랜드 중 『새마을식당』의 시그니쳐 메뉴인 ‘열탄불고기’를 이용한 피자인데, 이 피자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할라페뇨인 듯하다.
초특급 맵찔이인 내겐 좀, 아니 상당히 매워서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이 할라페뇨가 없었으면 맛은 있었어도 뭔가 중요한 게 빠진 듯한 그런 느낌의 피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이 할라페뇨가 이 피자에 상당히 매력적인 킥 포인트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
내가 선택한 허리케인 포테이토 피자.
보통 다른 브랜드의 포테이토피자는 웨지 스타일로 감자를 조형해 토핑으로 올려주는데, 『빽보이피자』의 포테이토피자는 감자를 적당한 얇기로 슬라이스해 잔뜩 얹어주었다. 거기에 감자와 찰떡궁합인 베이컨은 역시 빠질 수 없고.
이 얇게 저민 포테이토와 짭조름한 베이컨, 종종 씹히는 달달한 옥수수 알갱이, 그리고 피자 전반에 빙 두른 크리미소스의 조합이 말도 못 하게 너무나도 내 취향이어서 다음에 『빽보이피자』에서 피자를 주문한다면 내 1순위는 무조건 이 허리케인 포테이토 피자일 것이다…!
단, 열탄불고기 피자 같은 간이 세고 자극적인 피자와 함께 먹는다면 그것들 이전에 허리케인 포테이토 피자를 먼저 먹는 걸 추천한다. 도중에 열탄불고기 피자를 한 조각 먹고 다시 허리케인 포테이토 피자를 먹었더니 뭔가 맛이 살짝 약해진 느낌이 좀 있었다.
디저트로 케이크가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아무래도 라지 사이즈의 피자 한 판을 다 먹어 치우는 건 좀 무리라서 어쩔 수 없이 남기기는 했지만, 남은 피자야 뭐 데워먹으면 되는 거니까. ……사실, 호불호가 진짜 많이 갈리는 편인데, 나는 식은 피자를 데우지 않고 그냥 먹는 것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도 데워먹는 비중이 더 크긴 하지만.
그런데 왜 좋은 아이디어는 꼭 상황이 다 끝난 후에야 떠오르는 걸까? 서로 다른 메뉴를 맛보기 위해 두 판을 각각 다른 피자로 주문했을 때, 그 한 판을 반반피자로 선택했으면 반반피자 두 판 해서 각기 다른 네 가지 맛의 피자를 맛볼 수 있었을 텐데…! OTL 그걸 케이크까지 다 먹어 치운 후에야 생각해 낸 나도 그렇고 H도 그렇고 차마 주문할 때 그런 생각을 못 해서 뒤늦게 깨달은 내 의견을 듣고 H 또한 나처럼 무척이나 분하고 아쉬워했더라는 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