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인생에서 게임이라는 존재 자체의 비중은 극히 희미했다. 아주 어릴 때 처음 게임이라는 걸 접했을 때, 내가 딱히 큰 관심을 보이질 않자 우리 식구들은 가차 없이 다른 걸 들이댔고, 난 그렇게 그대로 게임이라는 것에서 관심을 껐더랬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다시 콘솔 게임기로 『슈퍼마리오』를 접했지만,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기에 그때도 그냥 친구들이 게임하는 걸 옆에서 구경이나 했었다. 솔직히… 내 게임 피지컬이 처참했었기에 관심이 빠르게 사라졌고 신들린(?) 친구들의 게임 실력을 보며 오히려 옆에서 남이 하는 게임을 구경하는 게 차라리 더 재미있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되었달까…(…)
그러다 어느 순간, 형 친구로 인해 접한 게 『프린세스 메이커 2』라는 육성 시뮬레이션 도스 게임이었다. ── 그 후로 나는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육성 시뮬레이션 시리즈에 재미를 들여 세월이 흘러가며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거부감없이 지갑을 열었더랬다.
그러다 2008년인가 『어이쿠! 왕자님』이라는 BL 육성 시뮬레이션이 세상에 나오며 나의 게임 세상은 조금 더 넓어졌다. ……뭐, 그마저도 장르는 여전히 육성 시뮬레이션으로 달라질 게 없지만. 그래도 내가 의욕을 갖고 스스로 지갑을 열어 열심히 플레이하는 게임의 저변이 넓어지긴 한 것이기에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딱히 대단한 피지컬을 요구하지 않고 쉽고 즐겁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게임.
딱 그 정도가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게임이란 것이랄까……
그러다 ‘스팀’이라는 게임 유통 플랫폼(?)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면서(그 와중에 『프린세스 메이커 5』를 윈도우XP 이후의 OS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인식하게 된 게 레전드) 내 생의 게임관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생기게 되는데……!(…) ── 그와 동시에 유튜브에 난립하는 종겜스란 존재들의 영상들로 인해 차차 육성 시뮬레이션 이외 장르의 게임에 관심을 제대로 두기 시작하게 된 것.
그때만 해도 그저 유튜브 영상을 보며 재미있네, 라는 감상 이외의 것은 없었다. 재미있게 구경은 했지만 딱히 내가 직접 해보고 싶지는 않았던… 그런 상태가 쭉 이어졌던 것. 그렇다. 어린 시절 일찍이 깨달았던 처참한 내 게임 피지컬은 내 이성을 어른이 된 한참 후에서도 단단히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출시된 희대의 명작,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일명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젤다야숨)가 천천히, 지속적으로 내 단단하게 굳어있는 이성을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웬만한 플레이 영상을 다 찾아보며 한동안 시간을 보냈을 정도로 이 게임이 내게 준 임팩트는 대단했다.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내가 직접 해보고 싶다고 느낀 게임은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내 처참한 게임 피지컬을 인식하고 있는 굳건한 이성은 여태껏 건재해왔는데……
비교적 최근 몇 년간 ‘스팀’으로 인해 접한 게임 몇 가지가 그 미미하게 흔들리던 이성을 함께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연초부터 완전히 푹 빠지게 된 『페르소나 5 더 로열』로 인해 그 굳건했던 이성이 천천히 허물어져갔고.
그러다 얼마 전에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관련 소식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흔들리던 나…
게다가 생각해 보니, 최근에 재미있게 하고 있는 『목장이야기 올리브 타운과 희망의 대지』를 떠올려 보니, 예전부터 은근히 관심이 가긴 했던 『모여봐요 동물의 숲』도 떠오르고…(…) 사실, 옛날에 『핑크릭』하면서 알게 된 엘리제 님이 종종 SNS에 모동숲 관련 글 올라올 때마다 많이 해보고 싶기는 했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질렀다!
지난 주말 새벽에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닌텐도 스위치 OLED’를 그냥 냅다 질러버린 것. 물론,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게임 카트리지 팩도 빼먹지 않고. ── 오늘 배송 시작했다고 메시지가 왔으니 내일 도착하리라 생각하며 두근두근하고 있다. 솔직히 이번 지름을 생각하니, 그동안 숱하게 고민만 해댔던 게 무색할 지경이다. 자다 일어나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회까닥 결제해버렸으니까;;
‘닌텐도 스위치 OLED’의 모델은 쭉 고민할 때부터 ‘화이트’로 결정해두었던 터라 결제할 때 추가 고민은 없었는데…
지르고 생각해 보니, 화이트 모델은 나중에 쉽게 때가 탈까 봐 뒤늦게 걱정이 되는 거다. 그래도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날이 밝고 정신도 말짱해졌을 때 스스로 뺨을 한 대 세게 치기는 했지만, 크게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저… 뒤늦게 액정 보호필름이라던가 조이스틱 커버 같은 걸 찾아서 추가 주문했을 뿐.(…)
하여튼!
모든 것이 내일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하필 가장 중요한 콘솔 게임기의 운송사가 한진택배라는 점이다. 내가 웬만해서는 택배기사님들 리스펙하는 편이기는 한데, 우리 동네 담당하는 한진택배랑 로젠택배 기사 놈은 리스펙은커녕 면전에 대고 쌍욕 안 박은 내가 용하다 싶을 정도. 그 정도로 그간 쌓여온 좆같은 역사가 깊다 시발… 모든 택배를 공평하게 냅다 집어던지고 가는 로젠의 그 개쌍놈의 새끼 정도는 아닌데 한진택배 쪽 기사도 그간의 전적으로 보아 그저 내일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