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정신을 어따 팔아먹었는지 모르겠는데, 평소에 하지도 않았고 하지 않았을 실수를 하고 말았다. 물 조절에 실패한 결과, 상당히 진밥이 지어지고 말았다… OTL 내 취향은 적당한 찰기를 유지하되 고슬고슬함도 살아있는 된밥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난 조금만 밥이 질어도 먹을 때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 밥을 억지로 먹으면 높은 확률로 체한다.(…) 유난을 떤다고 뭐라 해도 할 말은 없다만, 진짜 그 정도로 진밥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이미 잔뜩 해놓은 밥을 버리기도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볶았다.(…)
서둘러 김치를 썰고 햄을 썰고 김치볶음밥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한차례 대량생산 했던 김치볶음밥을 야금야금 다 해치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대량생산이라니… 이건 마치 운명의 데스티니…(…)
── 뭐, 다 좋은데, 짜증 나는 건 진밥은 볶을 때도 애를 먹인다는 점.
그래도 어떻게든 완성!
이번에는 반숙 달걀프라이도 잊지 않았다! (근데 김가루 뿌리는 걸 또 까먹은 건 안 비밀…)
달걀프라이 하나 더. ㅎ…
원래 반숙은 삶을 때만 좋아하고 프라이는 완숙이 취향이지만, 김치볶음밥 위에 얹는 달걀프라이는 무조건 반숙이 진리인 듯하다. 비주얼 면에서도 그렇고 맛을 생각해도 그렇고. 노른자를 스푼으로 탁 터트렸을 때 주르륵 흘러내리는 이 아름다운 자태가 진정한 매력이자 하이라이트!
질어서 도저히 먹지 못하겠던 밥도 이렇게 볶아놓으니 그럭저럭 먹을 만해져서 기분도 괜찮아졌고 맛도 있으니 완전 만족!! 그래도 고슬고슬한 밥으로 들들 볶았으면 더 맛있었겠지… 하는 아쉬움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그게 좀 안타깝다.
이긍 이 미련퉁이…
애초에 밥 지을 때 어처구니없이 실수한 건 나니까 불만은 이만 삭이는 수밖에.
그래도 김치볶음밥 자체는 맛있어서 나름 밸러스 패치 성공!
아니 요즘 자꾸 건망증이 심해지는 느낌인데… 김치볶음밥에 김가루 뿌리는 걸 자꾸 까먹는 게 진짜 너무 아쉽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그냥 밥 다 볶고 참기름으로 마무리할 때 아예 김가루도 같이 뿌려 넣고 호로록 볶아버리는 것도 괜찮을지도…? 다음엔 그래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