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자주 들르게 된 순대국밥집. 사실, 이곳은 간판에 순대로 유명한 ‘병천’을 내걸었을 정도로 순댓국에 들어가는 순대도 기본이 ‘병천순대’인 곳이었다. 얼마 전에 어떤 ‘고수’ 아저씨 손님 덕에 알게 된 국밥 순대 커스텀(?) 주문 【🔗관련링크】 이후 내 순댓국에는 무조건 ‘찰순대’만 들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난 불과 20대 때만 해도 ‘병천순대’는 순대 취급도 하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순대라는 존재는 오로지 ‘찰순대’만이 정답인 게 맞는 거였다. 어릴 때, 본고장이라는 말에 속아서 병천까지 직접 가 먹은 ‘병천순대’의 충격이 너무나도 컸던 터라 더더욱 쫄깃쫄깃한 당면 위주의 ‘찰순대’에 더 집착하게 된 걸지도…
세월이 흘러 나도 나이를 먹어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병천순대’도 덥석덥석 잘 집어먹게 되었지만, 그래도 내 안에서 순대의 선호도를 따지라면 압도적으로 ‘찰순대’가 1위인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
어쨌든, 자주 가는 순대국밥집 메뉴에는 늘 신경 쓰이던 게 있었다.
바로 ‘정식’이란 메뉴였다.
이 메뉴가 궁금해서 여쭤보니, 순대국밥에 순대 한 접시가 소소하게 담겨 추가로 나오는 차림이라고 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한 접시의 순대는 ‘병천순대’ only 라는 것. 메뉴에 ‘모둠 순대’가 있는 만큼 ‘병천순대’를 기본으로 해서 ‘찰순대’ 등 이런저런 종류의 순대를 한 접시에 담은 메뉴도 있지만, 이 ‘정식’에 나오는 순대는 오로지 ‘병천순대’ 뿐으로 다른 순대로 변경조차 안 된단다.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호기심이 앞섰다.
그래서 주문해보았다!!
정말로 평소 나오던 상차림에 순대 한 접시만 덜렁 추가된 메뉴다. ── 참고로 오늘도 내 순댓국에는 ‘찰순대’가 들어가 있다. 국밥에 들어가는 순대는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병천순대’ 여덟 개와 돼지내장(부속 고기) 몇 점이 소박하게 담겨 나온 구성이다. 내장은 평범하게 가장 흔한 ‘간’과 ‘허파’ 두 종류뿐. 근데… ‘모둠 순대’ 메뉴를 다른 테이블에서 먹는 걸 봤는데 기본적으로 내장은 부위별로 다 갖추어두긴 한 것 같다.
평범한 국밥 가격에서 4,000원 정도 더 받으면서 돼지내장 가지고 좀 쩨쩨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 집 돼지내장 신선도가 정말 어마무시할 정도로 대박이다. 평소에 돼지내장을 좋아하지만, 종류별로 선호도를 따지고 들자면 ‘간’이 최하위에 랭크되는 게 당연한 나였는데 이 집 ‘간’을 한입 먹어보고 그 신선함과 부드러움에 깜짝 놀랐을 지경.
잡내는 당연히 없고, ‘간’이고 ‘허파’고 굉장히 신선한 상태의 것을 삶은 티가 팍팍 나는 게, 일종의 감동이었다.
그런데… 늘 의아한 부분이었다가 이번에 순대 한 접시를 제대로 먹으면서 느낀 건데, 이 집은 간판도 ‘병천’이고 메인으로 다루는 순대의 종류도 ‘병천순대’인데 왜 찍어 먹는 양념장은 ‘쌈장’만 나오는 걸까…? 모두가 알다시피 병천은 충청도에 속해있고 충청도에서는 순대를 ‘소금+후추’ 아니면 ‘새우젓’에 주로 찍어 먹는다는데.
물론, 국밥에 넣어 먹는 용도로 테이블에 비치된 ‘새우젓’을 상차림에 꼬박꼬박 포함되어있는 빈 종지에 덜어 순대를 찍어 먹는 식으로 먹는 방법도 있겠지만… 여태껏 이 순대국밥집 다니면서 적어도 난 그렇게 해서 순대를 찍어 먹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참 신기하다…
‘병천순대’를 팔면서 양념장은 경상도 방식을 고수한다니……
뭐, 맛있으면 된 거지!! 솔직히 아직 ‘병천순대’에 아직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한 초딩 입맛인 내겐 단순한 ‘소금+후추’ 보다는 맛과 간이 센 ‘쌈장’ 쪽이 더 낫기는 하더라.
그나저나… 며칠 전부터 국밥 상차림에 꼬박꼬박 나오던 청양고추가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물론, 지난번에 호기심에 한번 넣었다가 조금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순대 먹을 때 한 조각씩 같이 먹어주니 입안이 산뜻하고 적당히 칼칼하니 참 괜찮던데… 단순히 깜빡했다기에는 계속 안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