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주전부리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쫀드기다.
잠깐 TMI를 좀 많이 풀어야 하는데, 어릴 때 난 나이 차가 큰 형의 과보호 때문에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친구들과 군것질을 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나의 등하교를 형이 온전히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쉬는 시간에 교문 바깥에 나갈 수 있는 약간 허술한 경비 체계가 아니었다면 난 학창 시절 추억에 거의 제로에 수렴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제한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 정문과 후문 주변으로 꽤 많은 문방구가 있었는데, 그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문방구는 바로 주전부리를 연탄불로 달군 철판에 구워주는 곳이었다. 내 기억상 주변에 그 수많은 문방구 중 그곳만이 유일하게 그런 식이었다.
연탄 자체가 드물게 여겨지기 시작할 때쯤이었으니, 인상이 더 강렬했던 걸까?
어쨌든, 연탄불로 달군 철판에 마가린을 바른 후 쥐포나 문어 다리, 쫀드기 등을 올려 두꺼운 철판 뚜껑을 닫아 짓누르듯 구워주는데, 그 긴 세월이 흘렀어도 난 아직도 그때 먹은 그 맛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더라. 별로 자주 먹지 못해서 더 그런 걸 수도 있고.
문제는 성인이 된 후, 이젠 누구의 간섭 없이 마음껏 군것질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쫀드기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 내가 아는 그 쫀드기가 아니었다. 내가 아는 쫀드기는 대체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나 고민하다가 그냥 이젠 없나 보다, 하고 포기한 채 숱한 세월을 그냥 흘려보냈는데…
얼마 전에 다시 옛날 생각이 나서, 그 당시 쫀드기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져서 포털 검색창에 무작정 ‘심 있는 쫀드기’로 검색해 보았다. ── 그랬더니, 놀랍게도 ‘울산 쫀드기’, ‘연필심 쫀드기’ 따위가 주르륵 뜨는 거다!!
사진도 내가 알던 그 익숙한 쫀드기가 맞고!!
아니 왜 이런 식의 검색을 해볼 생각도 안 했던 걸까, 과거의 나는…!!
드디어 그 추억의 쫀드기의 정체를 알게 된 나는 바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색해 주문했다.
그리고 이튿날 도착한 택배에서 그립고 그리웠던 그 쫀드기가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던 것.
일단, 기본적으로 기름이고 뭐고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달군 팬에 구워 먹어보래서 그렇게 해봤다.
어릴 때의 그 추억과는 다른 맛이지만, 내가 알던 쫀드기의 맛은 맞았다!
아… 감동!
그리고 그냥 구웠음에도 그 담백하면서도 은근한 감칠맛과 고소함과 달달함이 너무 좋았고, 쫄깃쫄깃한 식감은 최고였다.
하지만, 내가 알던 맛은 그게 아니라──
마가린이 없어서 대신 가염버터를 두르고 달군 팬에 한 줄 한 줄 뜯어낸 쫀드기를 넣고 들들 볶았다!
몰랐는데, 울산이 이 쫀드기의 원조란다.
그리고 울산에서는 이렇게 볶거나 튀겨낸 쫀드기에 라면스프 같은 시즈닝을 뿌려 먹는단다.
하지만, 나 어렸을 땐 그냥 마가린 두른 철판에 굽는 걸로 끝이었기에 그냥 버터에 볶는 것으로 끝.
먹어보니 완벽한 맛의 재현은 아니지만, 충분히 추억 소환이 가능할 정도는 되더라…
와…
진짜 먹고 눈물 나는 줄 알았다.
가염버터로 볶아서 짭조름한 맛도 나서 다른 시즈닝 같은 것도 필요 없을 듯하고.
하……
진짜 이 맛이 너무너무 그리웠다.
이제 어떤 쫀드기인 줄도 알았으니, 주기적으로 사다가 냉동고에 쟁여두어야겠다!
히히히 ٩( ᐛ )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