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초복이었다.
지난번에 닭볶음탕 해 먹으면서 돌아오는 초복에는 그때 까먹었던 우동 사리랑 떡 사리 넣어서 제대로 다시 먹겠다는 다짐을 했더랬는데, 뭐에 정신이 팔렸던 것인지 그 초복을 당일 오후가 되어서야 깨닫고야 말았다. 그것도 내가 알아서 확인한 게 아니야… 포털 사이트 접속했더니, 메인 로고가 초복이라고 광고를 하더라고 아주;
초복에 제대로 내 워너비 닭볶음탕을 먹으려 했건만…
아쉽게도 준비된 재료가 감자랑 떡볶이떡뿐이었다.
그래서 올해 초복은 그냥 이대로 아쉽게 보내야 하나 싶었는데, 그저께 SNS에서 본 후 호기심에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했던 『하림 삼계탕면』이 저녁때가 다 되어서 도착했다. 그래, 꿩 대신 닭이랬으니 냉동고와 냉장고에 남아도는 닭가슴살을 토핑으로 얹어서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닭’ 하면 딱 떠오르는 하림에서 낸 삼계탕 맛의 라면이라니…
구성은 건면과 건더기 스프, 액상으로 된 국물 스프, 그리고 꼭 후첨하라는 수삼오일로 이루어져 있는 하림 삼계탕면.
H가 잔뜩 쟁여놓고 안 먹는 닭가슴살 두 덩이를 꺼내 데워 한 김 식혀 잘게 찢어준 후, 라면을 끓였다.
일단, 후첨 수삼오일을 넣기 전부터 냄새가 참 좋긴 했다.
그랬는데, 수삼오일을 넣자마자 본격적인 냄새를 풍겨서 기대감이 살짝 치솟더라.
미리 준비해 둔 닭가슴살을 잔뜩 얹어 먹으니(대파 추가), 진짜 삼계탕에 라면 사리 말아먹는 느낌?
자극적이지 않고 삼계탕 본연의 맛을 최대한 재현하려고 노력한 티가 제대로 났다.
정신없이 흡입하고 있자니, 문득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네 번째 시즌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나온 삼계탕 라멘이 이와 비슷한 느낌이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당시도 그렇고 가끔 OTT로 재탕하면서도 그렇고, 늘 언젠가 한 번 먹어봐야지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비슷하게나마 접하게 되니 감회도 새롭고.
‘꿩 대신 닭’이라는 느낌으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이 맛을 재현하려고 한 하림 쪽 연구원님들의 노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닭은 닭이지만, 꿩 대신이라고 한 게 살짝 미안해지려고 하네… 일단, 나는 첫인상부터 너무 만족스러워서 한동안 이 라면에 푹 빠져 지낼 듯하다.
뭐, 겸사겸사 처치 곤란 닭가슴살들도 함께 처리하면 되니 완전 일석이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