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난 절대 맵찔이가 아니었다. 거의 모든 음식을 무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운맛을 선호했고 그만큼 매운 음식을 엄청, 무지하게 잘 먹었더랬다. 그랬다가 혐생에 치이다 위가 망가져 매운 음식을 끊고 세월이 흐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맵찔이 중의 맵찔이인 초특급 맵찔이로 전락하게 되어버린 것.
어쨌든, 매운 음식에 강한 젊은 날의 객기(?)가 나도 모르게 문득 치솟을 때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 원래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것에 왠지 모르게 시선이 갔고, 그것을 기어코 손에 들고 계산대에서 결제까지 해버린 것이 이번 사건의 시작이랄까…(…)
그렇다.
그 불닭볶음면을 이제서야 도전해 보게 되었다.
쫄보인 나는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쿨피스와 요즘 배달시켜 먹는 야쿠르트 세 개를 비치해 둔 후, 조심스럽게 소스의 약 반만 뿌렸다.(…) 뭐랄까, 설명에도 먹는 사람에 따라 소스 조절하라고 적혀있으니까. 사실은 ⅓ 정도만 넣어볼까 했는데, 젊은 날의 객기가 또 사고를 치는 바람에;;
그렇게 열심히 비벼주었고,
……분명히 반 정도 되는 분량의 소스를 넣었는데, 왜 이렇게 시뻘건 거야…
일단, 결과부터 말하자면 전부 다 먹을 수는 있었다. 비록 비치해 둔 쿨피스 한 통과 야쿠르트 세 개를 전부 소비해서 불닭볶음면보다는 음료로 물배를 채운 느낌이지만.(…) 딱 첫입 먹었을 때, 약 2초간 ‘오?! 제법 맛있는데??’ 했다가 그 후에 바로 지옥 같은 고통을 맛봐야만 했더랬다.
소스 다 넣었으면 다 먹지도 못했을 것 같은 느낌……
존나 매워서 눈물·콧물 질질 흘려가며 먹긴 했는데, 이게 은근 땡기는 맛이 있다.
중독성도 나름 있는 듯하고.
다시는 쳐다도 보기 싫은데 언젠가 한 번 또 홀린 듯이 사 먹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