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소울푸드 중 하나인 돈가스.
그렇다.
난 돈가스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특히 일본식인 돈카츠를 선호하는 편인데, 희한할 만큼 주기적으로 경양식 돈가스가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땐 경양식 돈가스를 진짜 자주 먹었던 것 같다.
소스를 듬뿍 끼얹은 돈가스와 접시에 넓게 펴서 바르듯이 나온 새하얀 라이스.
그리고 식전에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 크림수프.
캬…
생각만으로도 침샘 폭발이네.
그래서 배달앱을 뒤적여 경양식 돈가스를 배달해 주는 곳 어디 없나, 검색하다 발견해서 바로 주문해 보았다.
왕돈가스라고 해서 얼마나 큰 게 오려나, 조금 기대하기는 했지만, 설마 피자 박스 같은 것에 포장되어 올 줄은…(…)
구성은 큼직한 돈가스와 소스, 그리고 크림수프에 양배추샐러드, 밥 조금과 김치와 단무지의 조합이다.
다 좋은데, 밥이 좀 에러.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경양식 돈가스는 접시 밥이 포인트인데 배달이라 그렇게는 못 하더라도 양이라도 챙겨야 할 게 아닌가. 아이스크림 한 스쿱조차 안 될 것 같은 밥의 양에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돈가스 사이즈가 이렇게 큰데 밥이 꼴랑 이거…?
일단, 진정하고 소스를 돈가스 위에 부어주었다.
경양식 돈가스는 부먹이야…!
소스가 제대로 루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 듯한 경양식 돈가스 소스 그 자체여서 좋았다.
돈가스는 정통적인 경양식 돈가스라고 치기에는 돼지고기가 좀 두툼한 편이었는데, 그게 불만은 결단코 아니었고, 다만 튀김옷이 일식 돈카츠에 가까운 상태라는 게 살짝 아쉬웠다. 소스는 제대로 경양식 돈가스 스타일인데 튀김옷이 일식 돈카츠 스타일이라 살짝 언밸런스…?
그래도 맛은 있어서 경양식 돈가스 끌릴 때마다 여길 찾게 될 듯.
그런데…
여기는 돈가스보다 쫄면이 대박이었다!
돈가스도 먹고 싶고 쫄면도 먹고 싶어서 쫄면도 함께 주문했는데,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쫄면이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나 같은 초특급 맵찔이에게는 살짝 간당간당하게 위험한 맵기였지만 그래도 너무 맛있었다. 게다가 난 쫄면에 채소 많이 넣어 먹는 걸 선호해서 그런지 더 좋았던 것 같다.
쫄깃쫄깃한 쫄면과 함께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채소의 식감을 좋아해서…
어쨌든, 솔직한 감상으로는 돈가스보다 쫄면 맛집이구나 싶었다.
다 먹고 나서 혀가 좀 고생하긴 했지만, 돈가스로 잘 잡혀서 크게 고생하지는 않아서 다행.
쫄면만 주문이 가능하다면 일주일 내내 여기서 쫄면만 배달시켜 먹고 싶을 지경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