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느닷없이 고등어 무조림이 먹고 싶었다. 아주 개연성이 없는, 뜬금없는 전개도 아닌 것이 당시에 읽던 소설에서 주야장천 고등어 무조림 염불을 외워대던 탓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고등어와 살짝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하게 잘 졸여진 무! ──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고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덕에 바로 관련 재료를 주문했다.
사실, 나는 생선을 무척 좋아하지만 가시를 발라내는 기술이 제로에 수렴한다.
그래서 함께 식사하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보다 못해 답답해져 대신 가시를 발라주고는 했는데, 이번에 고등어를 산 네이버 스토어 『가시제거연구소』는 생선을 손질하면서 가히 장인정신(?)으로 가시까지 전부 제거해서 파는 곳이다. 만일 가시가 나오면 100% 환불이라고 자신만만하더라고.
그래서 조림도 하고 구이로도 할 겸 「고등어밥상 핑크라벨」로 주문.
사이즈별로 그린라벨, 오렌지라벨, 핑크라벨 이렇게 파는데 용량은 800g으로 통일되었으나 라벨마다 생선의 사이즈가 다른 모양이더라.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사이즈인 핑크라벨로 주문했던 것. ……솔직히 난 생선 사이즈가 크면 클수록 좋아하는 타입이라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어쨌든, 어제(금요일) 퇴근하고 집에 오니 이미 배송이 완료된 상태.
하지만 너무 피곤했던 터라 도저히 뭔가 요리를 할 만한 컨디션이 아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다음날로 계획은 미루어졌고, 그렇게 오늘 아침!
피곤해서 조금 늦잠을 자긴 했지만, 일어나자마자 바로 밥을 안치고 고등어 무조림을 했다!
핑크라벨에는 큼직하게 손질된 고등어가 다섯 정도 들어 있는데, 일단 H랑 나 둘이 먹을 정도만 꺼내 요리했다. 고등어는 냉동된 상태 그대로 해동 및 별다른 전처리 없이 그냥 투하했고, 열심히 자글자글 졸여 간이 폭 배었을 즘 양파와 대파를 넣고 잠깐 더 졸이면 끝!!
고등어 사이즈가 정말 크고 살이 토실토실하게 잘 올라서 촉촉하고 부드럽고 진짜 막 먹는 내내 행복했다…!
이거 진짜 밥도둑!!
조림을 해도 이렇게 맛있는데, 구이를 하면 또 얼마나 맛있을지 벌써 기대된다.
게다가 진짜 먹는 내내 가시 한 톨 나오질 않아서 태어나 이렇게 마음 편히 생선 요리를 먹은 적이 있었나, 하고 막 감동이 물밀듯이 몰려오는데… 이번에 산 고등어 다 먹으면 다른 생선도 사 먹어봐야겠다! ──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삼치인데, 삼치도 팔고 있더라고. 이번에는 고등어 무조림에 단단히 꽂혀서 고등어부터 샀지만 다음에는 삼치 차례다!
와… 진짜 주말 아침부터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를 해서 이 기분 좋은 상태가 주말 내내 이어졌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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