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2023)
The Little Mermaid
└ 원작 :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1989)
└──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Hans Christian Andersen) 원작 동화 〔인어공주〕
└ 감독 : 롭 마샬 (Rob Marshall)
└ 각본 : 데이비드 매기 (David Magee)
└ 출연 : 할리 베일리 (Halle Bailey), 조나 하우어-킹 (Jonah Hauer-King), 다비드 디그스 (Daveed Diggs), 맬리사 맥카시 (Melissa McCarthy), 外
└ 장르 : 판타지 / 로맨스 / 가족 / 뮤지컬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개봉 : 미국 2023년 5월 26일 / 한국 2023년 5월 24일
└─ 스트리밍 : 디즈니+ (디즈니 플러스)
줄곧 외면했었던 영화였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별로였으며 아쉬웠다
이 글에는 작품에 대한 미리니름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 자유롭게 꿈꾸고 사랑할 거야”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의 사랑스러운 막내딸인 인어 ‘에리얼’은 늘 인간들이 사는 바다 너머 세상으로의 모험을 꿈꾼다.
어느 날, 우연히 바다 위로 올라갔다가 폭풍우 속 가라앉는 배에 탄 인간 ‘에릭 왕자’의 목숨을 구해준다. 갈망하던 꿈과 운명적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낸 ‘에리얼’은 사악한 바다 마녀 ‘울슐라’와의 위험한 거래를 통해 다리를 얻게 된다.
드디어 바다를 벗어나 그토록 원하던 인간 세상으로 가게 되지만, 그 선택으로 ‘에리얼’과 아틀란티카 왕국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바닷속, 그리고 그 너머 아름다운 꿈과 사랑의 멜로디가 펼쳐진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캐스팅 관련해서 여러모로 시끄러웠던 그 영화를 뒤늦게 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의견을 이참에 살짝 뒤늦게나마 말하자면… 내게 있어 에리얼은 백인이든 흑인이든 인종이 중요한 게 아니다. 원작이 된 애니메이션 속 에리얼이 백인이라서 좋아한 게 아니고, 실제 지리적인 사실을 따져 보면 흑인이 마땅하다는 의견에 딱히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내 개인적인 의견이 그녀의 팬들에게 거북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냥, 내 미적 취향상 에리얼 역을 하기엔 할리 베일리가 너무 못생겼다.
그 많은 논란 때문에 외면했던 게 아니라, 단순히 내 추억 속에 소중했던 그 에리얼이 너무 내 취향이 아닌 배우가 연기해서 쭉 외면해 왔던 건데… 얼마 전에 음악 카테고리에서 『인어공주 2 (The Little Mermaid II: Return to the Sea)』의 OST 한 곡을 소개하면서 『인어공주』 관련 OST를 전부 찾아서 듣다 보니… 그리고 모처럼 디즈니+에도 가입된 상태이다 보니… 때마침 주말이기도 하다 보니……
Down to the Sea / 조디 밴슨 · 새뮤얼 E. 라이트 · 롭 폴슨 · 클랜시 브라운 · 케이 E. 쿠터 · 外
그런 연유로, 그냥 심심풀이로 이 영화나 한번 틀어놓고 밥이나 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재생한 것이다.
일단 주연 배우의 미적 취향을 잠시 접어두고 본 결과, 스토리 면에서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월등히 탄탄해진 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그저 오로지 사랑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원작 애니메이션 속 에릭 왕자에게 다른 서사가 주어진 것과 동시에 왕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고민을 하고 있는 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원작 애니메이션 속 그저 무희(舞姬)나 다름없었던 것 같았던 것과 달리, 에리얼을 포함한 아틀란티카의 공주들에게 주어진 7대양을 관리한다는 그럴듯한 설정이 뭔가 ‘제대로 된’ 그런 느낌이 들어 무척 만족스러웠다(이름이 다 달라져서 좀 놀라긴 했지만…). 뭐, 트라이튼 왕과 울슐라가 남매 사이였다는 설정은 내가 안데르센의 제대로 된 원작 동화를 읽지 못해서 몰랐던 건지 아니면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짜낸 설정인 건지는 몰라도 좀 놀라웠다.
다만… 역시 에리얼이 너무 내 취향 밖으로 못생겼다는 점이 몰입을 쉴 새 없이 방해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 울슐라를 향해 배를 몰아 치명타를 날리는 나름 중요한 행위를 굳이 에릭 왕자에게서 빼앗아 에리얼에게 시켰어야 했나 하는 의문.
그리고 플라운더가 실사화의 부작용으로 너무 징그러울 정도로 사실적인 모습인 게 좀…
그건 뭐 사소한 단점으로 치고, 충분히 영화적 · 판타지적 연출로 뭉개버릴 수 있을 만한 걸 ‘실사화’라는 것에 매몰되어 오히려 단점이 된 육지에 올라온 인어들의 모습이 너무 아쉬웠다. 바닷속에서 물 밖으로 올라온 인어들이 젖어있는 건 당연하다. 당연한 건데…!
굳이 이렇게까지 추레하고 볼품없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마지막으로.
모든 사건이 해결된 후, 에필로그 신에서도 그렇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너무나도 좋아했던, 에리얼과 에릭 왕자의 미래를 축복해 주며 삼지창으로 거대한 무지개를 만들어주는 그 장면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눈앞에 선한데… 그 가슴 벅찬 장면을 왜 연출해 주지 않았나 감독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울 지경.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별로인 점이 너무나도 많았던 영화였던 것 같다. 차라리 이럴 거면 실사 영화화를 하지 말지 그랬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영화의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스토리가 원작 애니메이션에 비해 월등히 탄탄해진 것 같은 점은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나저나, 트라이튼의 본체는 역시 삼지창이라는 감상은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벗어날 수가 없는 듯하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삼지창이 굳이 없어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마녀 울슐라가 사실은 더 유능했던 것은 아닐까 싶은 느낌?(…) 그냥 성격과 인성이 파탄 나서 마녀였을 뿐 능력치만 따지면 본체가 삼지창인(?) 트라이튼 왕보다 유능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