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봐요 동물의 숲
한동안 무주식은커녕 모동숲 접속도 안 하고 몇 개월을 흘렸더랬다. 그 사이에 벚꽃 날리는 봄 시즌도 지나가 버려 정말 통한의 눈물을 쏟아야만 했다. 내가 작년부터 벚꽃 파밍하고 벚꽃 관련 아이템 DIY 레시피 얻고 싶어서 얼마나 기대했었는데, 그 기간을 그냥 통째로 날려버릴 줄은… 진짜 나 자신이 한심해서 눈물이 다 나려고 했는데 집에 바퀴벌레 돌아다니는 거 보고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던.(…)
어쨌든, 다시 열심히 모동숲을 해보자 싶어서 최근에 짬을 내 매일 접속 중이다.
그러다 모처럼 무주식을 또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소록소록 샘솟았다. 근데, 생각해 보니 이 무주식이라는 게 조금 귀찮고 그래서 일요일 새벽까지 고민이 참 많았다. 그래도 뭇값이 100벨 미만이면 오랜만에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기울었고.
그렇게, 드디어 날이 밝았다.
무 하나에 가격이 98벨.
음… 조금 비싼 감이 있지만, 그래도 새벽에 다짐했었던 것처럼 100벨 미만이면 시도해 보기로 했으니,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무 3,000개씩 네 번 질렀다.
……그런데.
기껏 무를 사놓고 보니, 갑자기 모든 게 귀찮아지기 시작했고, 이 많은 무를 또 일주일간 전전긍긍하며 가지고 있다가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부랴부랴 통신으로 겨우 무를 팔아치우게 될 나의 미래가 너무나도 뻔하게 여겨져 그냥 ‘어차피 나중에 통신으로 팔아먹을 거, 그냥 오늘 산 무를 오늘 다 팔아버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무엇보다 리얼타임으로 플레이하는 나와 달리, 타임슬립으로 게임상 오늘이 일요일이 아닌 분도 많을 게 아닌가?
그래서 네이버 카페에 접속한 후, 당일 오전에 산 무를 비행장 바로 근처의 해변에 전부 깔아두고 마일 티켓도 넉넉히 준비했다. 모동숲을 켜놓고 노트북으로 네이버 카페의 무주식 게시판을 주기적으로 새로고침하던 와중, 제목이 대박인 새 글이 뜬 걸 확인!
629벨 유료 개방!!
모동숲하고 나서 우리 섬이든 통신으로 방문한 남의 섬이든, 600벨이 넘는 뭇값은 처음인 듯?! 이 게시글의 작성자인 주민 대표님은 몇 번 방문에 몇 마일, 이런 식이 아니라 시간당 몇 마일, 이런 식으로 개방을 해주셔서 난 일단 30분으로 신청했다. 그것도 제일 처음으로! 빠르게! 난 이미 준비되어 있던 남자! 깔깔!
바로 비행장에서 무 가격 629벨인 섬으로 출발!
정말 꿈만 같은 가격이네… 무 하나에 629벨이라니…
대박……
그렇게 30분이라는 시간제한 속에서 서둘러 총 12,000개의 무를 전부 팔아치우는 데 성공!
……그런데 허락받은 시간은 30분이고, 나에게 아직 약 9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현실 시간은 정확히 오전 11시 56분이었다.
그 말은, 우리 섬 라온제나도에 아직 무파니 가 무를 팔기 위해 돌아다니는 시간이라는 것…!
그렇다면 적어도 한 번 정도 무를 사서 팔러 갈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라 허겁지겁 라온제나도로 돌아온 난 빠르게 뛰어다니며 무파니 를 찾기 시작했고, 다행히 비행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서 배회 중인 무파니 를 발견!!
3,000무 한 번 더!
그렇게, 내게 허락된 30분 중 약 2분 정도를 남기고 총 15,000개의 무를 팔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주 무주식의 총수익은, 무려 9,435,000벨 이라는 내 얼마 안 되는 모동숲 생활 이래 전무후무한 이익을 보았다. 이렇게 실로 믿을 수 없는 수익을 직접 목도하고 나니, 초창기에 꿈꾸었던 거창한 꿈이 생각났다. 나도 모동숲 통장 잔고를 999,999,999벨로 만들고 싶다던……
그보다 이번 무주식을 통해 내 통장도 드디어 억대를 찍었다.
근데, 억대를 겨우 찍고 나니 999,999,999벨이라는 숫자가 더욱 큰 산으로 느껴지는 기분.
뭐, 열심히 질리지 않고 힘들어도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언젠가는, 언젠가는 저 어마어마한 숫자에 닿을 수 있을 테지…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보는 우리 섬 라온제나도의 항공샷…
몇 달간 줄곧 크리스마스 시즌 분위기를 내던 광장 앞을 몇 가지 아이템으로 살짝 바꿔주는 것만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다 날려버린 듯하여 뭔가 기분이 새롭다. 뭐, 그 와중에 부쉬 드 노엘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만.(…) 사실, 일루미네이션 장식들이 너무 예뻐서 해체하는 게 조금 많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