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간단하고 쉽게 할 수 있으면서 든든한 무언가가 먹고 싶었다. 무엇보다 H가 단백질 보충이네 어쩌네 핑계 대면서 먹지도 않고 냉동고에 쓸데없이 가득 쌓아둔 닭가슴살부터 어떻게든 좀 처리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냉장고를 대충 털어보니 ‘닭개장’을 해보는 게 낫겠다 싶어 결정!
지난 주말에 밥솥이 고장 나 주말 내내 뭘 해먹은 게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냉장고에 남은 재료가 가득했다. 그리고 어제 또 장을 보기도 했으니 냉장고를 또 채워야 했기에 그전에 냉장고를 비울 겸 내용물을 털어 재료를 준비했다.
일단, 대파와 고사리.
난 육개장이든 닭개장이든 어쨌든 대파가 많이 들어가면 많이 들어갈수록 맛있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대파를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그리고 삶은 고사리 한 팩 사둔 게 있어서 그것도 혹시 몰라 끓는 물에 한 번 더 데쳐서 준비.
그리고 버섯들.
사실은 샤부샤부가 먹고 싶어서 사두었던 건데, 주말에 어쩌다 보니 해 먹지를 못했다. 그래서 ‘샤부샤부용 모둠 버섯(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팽이버섯)’ 팩 두 개를 뜯어 준비.
……원래 내가 사던 모둠 팩에는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만가닥버섯, 목이버섯, 팽이버섯이 들어간 거였는데 그게 하필 품절이라 처음 사 본 다른 팩이었다. 솔직히 먼저 사던 팩이 훨씬 종류도 다양하고 내 취향인 것이라 재료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
하여튼, 이 재료들을 준비하며 적당히 흐르는 물에 해동해둔 닭가슴살을 끓는 물에 한 번 데쳐내 혹시 모를 이물질을 찬물에 씻어낸 후, 큰 솥에 물을 받아 씻은 닭가슴살과 통후추와 통마늘, 월계수 잎 몇 개 정도를 함께 넣어 약 15분~20분 정도 끓여준다.
다 삶은 닭가슴살을 건져내 한 김 식히는 사이, 손질해둔 채소들을 팽이버섯만 빼고 한곳에 담아 조선간장, 소금, 고춧가루, 다진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 등을 넣고 가볍게 섞어주며 양념해주기.
그리고 양념하는 사이 한 김 식은 닭가슴살을 빠르게 손으로 찢어서 준비.
냄비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양념해둔 채소를 넣고 가볍게 볶아준다. 그리고 닭가슴살을 삶아 연하게나마 우러난 육수를 들이부어 팔팔 끓이다가 소금과 어간장으로 부족한 간을 더해준 후, 먹기 좋게 찢어놓은 닭가슴살과 팽이버섯을 우르르 쏟아 넣고 다시 한차례 우르르 끓여주면 끝!!
기호에 따라, 당면을 미리 삶아두면 최고!
물론 당면에 환장하는 나는 당연히 미리 삶아두었다.
닭개장치고 색이 너무 덜 붉은 건 아닌가 싶겠지만, 내가 사용하는 고춧가루가 청양 고춧가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워낙 좀 매운 스타일인 데다 내가 초특급 맵찔이인 탓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적당히 칼칼한 게 진짜 속이 다 시원하게 풀릴 정도로 맛있었다!
한솥 가득 끓였으니, 한 이틀은 먹겠지 싶네!
개꿀!!
이거 한솥 끓이는 데에 닭가슴살을 1㎏ 썼는데, 그럼에도 냉동고에 가득가득한 저 닭가슴살을 대체 어쩌면 좋으냐 진짜… 아니 진짜… H가 운동을 안 하는 건 아닌데, 단백질 보충하겠다고 사둔 닭가슴살을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먹는 치킨텐더를 같이 튀겨먹는다;;;; 아니이;; 같은 닭이고 안심살인 건 맞는데, 괜찮은 거야 이거…?;